안녕하세요, 시니어그라운드입니다.
두 번째 인문학 여행지는 부산입니다. 50대 중반, 손에 쥔 입석표 한 장. 먼저 떠난 친구를 기리기 위해 남은 이들이 부산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. 서울에서 부산까지, 차가운 보조좌석에 앉아 가는 두 시간 반. 그 불편함마저 그리움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.
50대, 적지 않은 나이에 손에 쥔 입석표 한 장. 열차 객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 차가운 보조좌석에 엉덩이를 걸친다. 서울역을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, 창밖으로 보이던 익숙한 도심의 풍경은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 사라진다. 눈에서 멀어지는 것은 비단 풍경뿐만이 아님을 안다.
20대 후반, 무서울 것 없던 시절에 떠났던 캐나다 어학연수. 낯선 땅에서 함께 밥을 짓고, 서툰 영어를 나누며 동고동락했던 친구들. 그중 유독 마음이 따뜻했던 친구 하나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. 그 친구의 부재를 확인이라도 하듯, 남은 이들이 부산에서 얼굴을 맞대기로 했다.
하필이면 입석이라 좁은 통로에 앉아 가지만, 이 불편함조차 먼저 간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남은 이들에 대한 그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.
기차가 속도를 높일수록 창밖은 선명함을 잃고 긴 선으로 뭉개진다. 내가 평생을 지켜온 일터와 일상의 좌표들이 저 너머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, 삶이란 결국 이 기차처럼 멈추지 않고 소중한 것들을 지나쳐 가는 과정임을 실감한다.
부산역에 도착해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, 사라졌던 풍경들은 재회의 기쁨으로 다시 채워질 것이다. 비록 한 명의 자리는 비어 있겠지만, 우리가 함께 나누는 추억 속에서 그 친구도 함께 웃고 있으리라 믿으며 덜컹거리는 기차에 온몸을 맡겨본다.